불붙는 중동 앞 중구난방 유럽, 존재감 상실
이성중
2025.06.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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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대한 군사 개입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유럽 정상들은 ‘불가피한 개입’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실수’ 등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았다. 유럽 주요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이후 ‘긴장 완화는 필요하지만 이란 핵 개발에는 반대한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왔다. 유럽이 이번 국면에서 사실상 아무런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는 더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습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란 정권의 테러를 몇 달, 몇 년 더 봐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준비가 됐다면 군사 개입이 더는 필요 없다”면서도 “그렇지 않으면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파괴가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의 군사 개입을 촉구한 것이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군사적 수단으로 이란 정권을 교체하려는 시도는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이 모두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이라크에서 일어난 일, 지난 10년간 리비아에서 일어난 일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보는 사람이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라크는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후 치안이 불안정해지면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키우는 무대가 됐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후 10년 넘게 정치 공백과 내전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이날 “미국이 개입하면 중동 지역을 더 광범위한 분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최선책은 외교적 해법이며 유럽은 필요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확전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선제공격을 비난하지는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우려하던 차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것이 내심 반가우면서도 이스라엘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사태를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부르쿠 오즈첼릭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도 이란 핵 문제에선 이스라엘의 동맹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이스라엘이 너무 멀리 나가면 유럽의 지지는 약해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이란 체제 붕괴에 따른 역내 혼란으로 이어진다면 유럽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럽이 이번 국면에선 영향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은 역사의 방관자로 남아 공동성명과 선언을 작성하는 데 능숙하지만 실질적인 사건은 파괴적인 힘을 휘두를 준비가 된 일방주의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한 것은 다자주의뿐 아니라 유럽의 존재감 부재를 부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G7 정상들이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하며 발표한 공동성명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동참을 설득하기 위해 이란을 더 비난하는 쪽으로 문구가 수정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후 이란 측과 접촉해온 유럽의 한 외교관은 “(유럽은) 논의에 끼지도 못했고, 당연히 동의한 적도 없는 미·이스라엘의 전략에 관한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하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는 더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습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란 정권의 테러를 몇 달, 몇 년 더 봐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준비가 됐다면 군사 개입이 더는 필요 없다”면서도 “그렇지 않으면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파괴가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의 군사 개입을 촉구한 것이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군사적 수단으로 이란 정권을 교체하려는 시도는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이 모두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이라크에서 일어난 일, 지난 10년간 리비아에서 일어난 일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보는 사람이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라크는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후 치안이 불안정해지면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키우는 무대가 됐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후 10년 넘게 정치 공백과 내전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이날 “미국이 개입하면 중동 지역을 더 광범위한 분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최선책은 외교적 해법이며 유럽은 필요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확전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선제공격을 비난하지는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우려하던 차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것이 내심 반가우면서도 이스라엘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사태를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부르쿠 오즈첼릭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도 이란 핵 문제에선 이스라엘의 동맹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이스라엘이 너무 멀리 나가면 유럽의 지지는 약해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이란 체제 붕괴에 따른 역내 혼란으로 이어진다면 유럽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럽이 이번 국면에선 영향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은 역사의 방관자로 남아 공동성명과 선언을 작성하는 데 능숙하지만 실질적인 사건은 파괴적인 힘을 휘두를 준비가 된 일방주의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한 것은 다자주의뿐 아니라 유럽의 존재감 부재를 부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G7 정상들이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하며 발표한 공동성명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동참을 설득하기 위해 이란을 더 비난하는 쪽으로 문구가 수정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후 이란 측과 접촉해온 유럽의 한 외교관은 “(유럽은) 논의에 끼지도 못했고, 당연히 동의한 적도 없는 미·이스라엘의 전략에 관한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하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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