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페이코 ‘키 크는 주사’ 오용 땐 거인증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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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21일 “성장호르몬 제제는 뇌하수체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 터너증후군 등으로 인한 소아의 성장 부전, 특발성 저신장증 환아의 성장 장애 등 질환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라며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져 오용되고 있다”고 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등 치료에는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든 ‘소마트로핀’ 성분 제제가 가장 흔히 쓰인다. 대부분 주 1회 주사로 투여한다. 해당 역연령(달력상의 실제 나이)보다 골연령이 감소한 만 3세 이상 성장호르몬 분비장애 소아환자, 골연령이 여자의 경우 14~15세, 남자 15~16세 내의 기준을 만족해야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이 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최근 5년 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사용한 아동의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사용한 아동의 60%가 건강상 문제가 없는데도 키 성장을 목적으로 주사제를 사용했다. 이 주사제를 쓴 6명 중 1명은 심지어 평균 신장보다 컸다.
소아·청소년 대상 성장호르몬 주사제 사용량은 매년 늘고 있다. 2023년 성장호르몬 주사제 공급액은 약 4800억원으로, 2019년보다 2.5배 늘었다. 같은 해 성장호르몬 주사제로 건보 급여가 청구된 환자 수는 3만7017명으로 10년 전보다 7∼8배 늘었다. 중대한 부작용 사례 보고는 2014년 27건에서 2023년 106건으로 늘었다.
식약처는 허가받은 물질을 쓰더라도 주사 부위 통증·출혈·타박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정상인에게 장기간 과량투여하면 거인증, 말단비대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식약처는 지자체와 합동으로 병·의원, 약국 등 과대광고 현장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의약품 부작용 보고 및 피해구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살림·1992)(이 글에서 작품 인용은 ‘도서출판 쓰다’에서 2019년 출간된 판본의 쪽수를 기재했다)은 위와 같은 도발적인 선언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강민주는 시종일관 일인칭 ‘나’로 페미니스트 선언문(manifesto)을 써내려간다. 그는 보통 여자들의 ‘절망의 텍스트’를 부정하고, 독자적인 새 텍스트-페미니스트 텍스트를 쓴다. 소설에서 나 강민주는 ‘인간 실현을 위한 여성 문제 상담소’에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채집’한다. 매 맞는 여성, 가스라이팅 당하는 여성, 경제력이 없어 이혼을 감행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사정 등 채집된 이야기가 ‘절망의 텍스트’다.
그는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넋두리를 들으면서 이들이 “자신에게 없는 어떤 힘, 어떤 거대한 능력을 간절히 소망하고(73쪽)” 있다고 여긴다. 이 소망을 대리 실현해줄 강민주는 지금까지 남성의 소유물이었던 돈과 지적인 능력, 물리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선언한다. 더욱이 그는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분노와 한, 슬픔을 장착하고 있다고도 단언한다. 그렇기에 그는 “응징의 대리인”(74쪽) 자격으로 당대 인기배우인 백승하를 납치한다. 백승하는 여성들에게 부드러운 남성이라는 이상적 남성성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한편 남성 지배의 역사, 폭력의 역사를 은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의 기획은 지금까지 남성들이 수행했던 지배와 통치를 ‘미러링’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컨대 “사흘에 한 번은 두들겨 패야 다소곳하다는 점에서는 남자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저는 이번 기회에 확인하였답니다.”(225쪽), “남자가 많이 알면 얼마나 많이 알겠습니까. 바깥일은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그저 잘 생기거나 부드러운 남자면 족합니다.”(226쪽)와 같은 말들은 남성들이 흔히 쓰는 지배의 언어를 차용한 미러링의 언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계획’이나 ‘기록’에 충실하고, 기존에 남성성의 특징으로 여겨졌던 이성과 실천력을 갖춘 여성, 경제력뿐만 아니라 지적 탁월성으로도 두 남자-황남기와 백승하를 지배하는 비범하고 우월한 여성을 보게 된다. 황남기와 백승하라는 두 남자를 길들이기 위해 채찍과 회유라는 남성의 전통적인 지배 방식을 쓰는 것도 그이다. 그렇다면 남성 지배를 뒤집고, 뒤바뀐 역할을 수행하는 역담론의 방식은 정당한가? 그리고 실현 가능한가?
‘여자와 남자’라는 장을 여는 강민주의 노트는 남성 중심 사회의 구조와 질서를 여성의 것으로 뒤집어 상상한다. “남성 중심 사회가 야기한 온갖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 그 유일한 대안이 여성 중심 사회와 그녀들의 지배”다. “바뀌어야 한다. 대안은 하나뿐이다. 하늘의 절반을 차지하고 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성(性), 여성이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굳어진 이 세상 것들을 모두 부드럽게 풀어줘야 한다. 목숨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남성들에게 모성의 위대함을 가르쳐야 한다. 남성들이 강탈해간 권력을 되찾아와야 한다.”(267쪽) “~한다”라는 정언명제로 이어지는 이 선언은 세상 것들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여성성·모성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도 그 방식과 결과를 권력의 탈취와 여성 지배로 설정하고 있다.
이 소설의 후반부는 강민주의 페미니스트 기획이 서서히 좌초돼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강민주는 백승하를 납치해 길들이는 한편 세상에 납치 의도를 밝히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한다. 그러나 자신이 상상과 관념으로 구축한 백승하의 부드러움이 현실인 것을 알게 되면서 그는 변화한다. “힘없는 집단에 가해지는 착취와 학대를 단죄하는 정의”(217쪽)를 실현하기 위해 남성의 대표-재현으로 선택했던 백승하가 사실은 강민주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논리보다는 감정,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을 구현한 부드러움을 지닌 살아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적 변화는 강민주가 ‘나’라는 주어를 버리고, 자신과 백승하를 ‘우리’로 지칭하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백승하의 요청으로 기획된 이오네스코의 연극 <수업>을 상연하는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완벽하게 통제 가능하다고 여겼던 황남기에게 살해당한다. 결국 ‘나’ 강민주는 여성들의 복수를 실현하지 못할 뿐더러 다른 여성들처럼 남성 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강민주의 페미니스트 기획이 실패한 이유는 애초에 텍스트주의에 기반한 관념 위에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작가가 서문에서 밝힌 바처럼 “엄정한 리얼리즘의 시선을 유보”하고 기존의 남성 중심적 질서와 현실을 전도한 상상적인 구도에서 시작했다. 나 강민주는 남성 중심 사회에 역테러를 시도한다. 소설은 납치를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로 썼던 일기, ‘절망의 텍스트’라 명명한 여성들의 상담 사연, 신문사에 보낸 편지 등 나 강민주의 텍스트를 곳곳에 배치한다. 이 텍스트들은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의 유구한 역사를 끊어내기 위해 자신이 ‘남자들과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자신이 보통 여성들의 대리인이자 초월자임을 설파한다. 그런데 전반부의 당당하고 전투적이었던 강민주는 백승하의 부드러움에 감화돼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상실하고, 소설 마지막에 오면 서사에서 죽음으로 사라진다. 그의 의도는 백승하와 황남기의 진술을 통해서만 전달된다. 나와 우리의 목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그 남자들의 목소리만 남는 셈이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전혀 다른 텍스트로, 구조적 결함을 넘어 파탄에 이른 작품으로 발표 당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런 본격문학 장의 평가와는 정반대로 이 소설은 1992년 당시에도 3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였고, 영화와 연극으로도 상연됐다.
2025년 올해는 2015년 시작된 페미니즘 리부트 10년 차다. 양귀자의 소설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새로운 문학적 주체로 떠오른 20~30대 여성 독자들에 의해서 간행된 지 30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소환되고 있다. 2019년 4월 ‘도서출판 쓰다’에서 간행된 3판은 2025년 2월 기준 54쇄를 기록했다고 한다. 여성-청년 독자들은 고독한 여성 단독자의 선언문과 로맨스와 범죄 서사가 뒤섞인 이 소설을 모종의 하위문학으로 수용하거나, 여성혐오와 백래시에 대한 상상적 저항의 텍스트로 수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출간 당시 작가의 여성 문제 인식의 추상성을 지적하면서 여성 현실에 대한 구체성을 망각했다는 식의 엄숙한 비평언어로는 이 소설의 긴 생명력을 해명할 수 없다. 이 소설은 여성 억압의 역사를 목격하고 체험하고, 그 역사를 넘어서려 했던 작가와 독자가 함께 쓰고 기획한 페미니스트 대중소설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 선언이라는 서사의 급진성이 끝까지 관철되지 않고, 여성성과 모성성이라는 대안적 세계관으로 서둘러 봉합하려 한 점, 그 봉합이 여성의 목소리를 소거한 채 이루어진 점은 못내 아쉽다. 애초의 상상력을 끝까지 밀고 갔다면, 이 소설은 페미니스트 사변소설(SF·speculative fiction), 도발적인 페미니즘 대중소설의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김양선 한림대학교 일송자유교양대학 교수·문학평론가
▶[지난시리즈] 권여선 ‘푸르른 틈새’, 자기의 진실 찾는 여성 작가와 독자의 탄생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왼쪽 사진)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 만나 미국과 필리핀 간의 상호방위조약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어디에서든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약의 기존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비슷한 내용의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국에도 인도·태평양 유사시 역할 확대를 주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면담하며 “풍부한 역사를 가진 우리 동맹은 지금처럼 강력하거나 핵심적이었던 때가 없었다”며 “우리는 상호방위조약에 여전히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조약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어디에서든 우리의 군대와 항공기 또는 해안경비대 선박 등 공공 선박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용된다”고 했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사시 한국에도 역할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미 동맹의 공조 영역을 한반도와 그 주변을 넘어 미·중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보장에 동의할 것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은 양국이 외부의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서로 지원해야 한다는 집단방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당사국이 태평양에서 무력 공격을 받으면 다른 당사국이 행동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나는 미국과 필리핀의 동맹은 남중국해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며 “우리가 그 관계를 계속 강화할 수 있어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날 마르코스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도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 유지에 양국의 철통같은 동맹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들은 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지원하며 항해와 상공 비행의 자유를 강화하고 억지력을 유지하는 데 대한 공동의 헌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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