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변호사 “공격도 수비만큼”…세계 최강 안세영, 더 높은 곳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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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훈련장에서 대표팀 강화훈련 이틀째 일정을 소화했다. 훈련의 목표는 분명하다. 공격력 강화다. 안세영은 “지금까지 수비형 선수를 추구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수비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느낀다. 스트로크와 공격에서 파워가 많이 밀린다. 정확성을 높이고 찬스에서 확실하게 끝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위페이(중국)를 세계에서 가장 공격력이 강한 선수로 꼽으면서 “나도 그 정도까지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주봉 감독도 같은 주문을 내놨다. 박 감독은 “안세영이 슬로 스타터 유형인데 이제는 처음부터 스피드를 올려 경기를 시작하고 그 뒤에 조절하자고 했다”며 “중국 선수들이 이제는 처음부터 승부를 걸어오기 때문에 우리도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기술 면에서도 짧은 스윙을 통한 빠른 공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일 인도네시아 오픈 등 주요 국제대회 우승만 5차례 차지해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안세영은 5번의 우승보다 천위페이에게 패한 지난달 싱가포르 오픈 8강전을 떠올린다. 안세영은 “지고 나서 생각이 많았다. 전에는 상대 분석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나 자신의 플레이를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의 도전자들은 호시탐탐 안세영의 세계 최강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오픈 결승에서 맞붙은 왕즈이, 숙적 천위페이 등 중국의 톱랭커들과 전 세계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까지 안세영은 대회마다 ‘1 대 4’ 혹은 ‘1 대 5’의 싸움을 벌인다. 안세영은 “이전에는 혼자 싸운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감독님이나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도와주신다.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믿고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직후 “대표팀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앞으로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대표팀 운영 방식과 규정도 비판했다. 이후 협회도, 대표팀도 큰 홍역을 치렀다.
올림픽 이후 한동안 진천선수촌에 발을 들이지 않던 안세영은 지난 4월 강화훈련부터 다시 합숙에 참가했다. 안세영은 “(발언 이후 갈등은) 그해에 다 털어버렸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 새로운 목표로 다시 들어왔다.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내게는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영의 발언 이후 실질적인 변화도 생겼다. 협회의 규정 완화로 지난달부터 대표팀 선수들은 개인용품 후원 계약을 따로 맺을 수 있게 됐다. 이날도 몇몇 선수가 대표팀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다른 회사 신발을 신고 훈련했다. 정작 안세영은 대표팀 공식 후원업체 신발을 신고 훈련했다. 그는 “후원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등은 지난 13일 “법원의 제한적인 판결문 공개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간적으로 제한된 법정에서 판결의 주문만 낭독하는 것으로는 헌법이 정한 재판 공개 원칙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다”며 “현행법이 일반 국민들이 판결문을 볼 기회를 박탈해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법부에 판결문 전면 공개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회에 형사소송법 개정안, 민사소송법 개정안 등 입법안이 여러 차례 올라왔고 이번처럼 제한적인 판결문 공개 시스템의 위헌성을 확인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제도 변화는 더뎠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 투명성’의 중요도가 커지는 만큼 헌재가 현행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국회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법원은 판결문 공개 요구에 따라 열람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왔다. 대법원은 2003년부터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서 극소수 판례를 공개했다.
이어 사법개혁으로 ‘확정 판결문 즉각 공개’ 등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2013년부터 각 법원 홈페이지에서 일부 형사사건 확정 판결문을 볼 수 있게 됐다. 2019년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 도입 이후에는 열람 폭이 한층 넓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특정 연도 이후에 나온 판결만, 그것도 ‘비실명’으로 확인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이때까지 “판결문 열람 제한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시민들이 헌재 문을 두드린 사례는 적지 않다. 대통령이 판결문 전면 공개를 추진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 판결문 열람 시 법원이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 등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헌재는 본안 심리 없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이 판결문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점을 문제 삼은 청구인도 있었다. 헌재는 “대법원 내부의 홈페이지 관리행위에 불과할 뿐”이라며 헌재 판단 영역이 아니라고 봤다. 군사법원 판결 등 “법률상 비공개 사유가 없는 판결서들을 ‘판결서 인터넷 열람’ 제도를 통해 제공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도 제기됐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3월 “법원이 모든 종류의 판결서를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는 작위 의무가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다”며 각하했다.
판결문 공개 확대는 국회에서도 해결이 지지부진하다. 최근엔 2017년 금태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21대 국회에서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가 함께 개정안을 냈다. 판결문 열람 수수료를 폐지하고 공개 범위를 확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겠다는 취지였다. 22대 국회에서도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판결문 공개 확대 3법’ 등 비슷한 취지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약 9개월째 논의에 진전은 없다. 21대에서 이탄희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3년부터 미확정 민사 판결문이 공개된 정도가 유의미한 변화다.
최보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전반적인 사법개혁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사법부가 어떻게 시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지 직면한 상태에서 판결문 공개가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며 “헌재뿐 아니라 국회에서 논의를 충실하게 진행해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이맘때 즐거움은 환경영화제 출품작을 감상하는 일이다. 올해 나의 ‘원픽’은 안드레아스 피흘러 감독의 다큐멘터리 <곰과의 위험한 공존>이다. 곰은 나에게 조금 특별한 존재다. 영화 <가을의 전설>에서 브래드 피트가 침대가 아닌 숲에서 곰과 결투를 벌이며 죽음을 맞이할 때, 나는 영화의 대사처럼 그것이 ‘좋은 죽음’이라고 여겼다. 장자크 아노의 <베어>를 통해서도 나는 곰의 힘, 용기, 지혜, 관용에 깊이 매료됐다.
하지만 그런 곰, 특히 알래스카와 북유럽, 시베리아 등지에 서식하던 갈색곰은 인간의 개발과 사냥으로 점점 자취를 감췄다.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 알프스 지역의 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에 트렌티노 자치주는 1999년, 슬로베니아에서 곰 10마리를 들여와 방사하는 ‘야생 곰 보존 프로젝트(Life Ursus)’를 시작했다. 곰들은 빠르게 적응했고 번식했다. 사람들은 “시간을 벗어난 존재”이자 “야생 그 자체”인 곰을 숲에서 마주하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격했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생물다양성 복원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2023년, 26세 청년 안드레아가 조깅 중 곰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시신은 처참한 상태로 발견됐고, 마을에는 슬픔과 공포, 분노가 퍼져나갔다. 부모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고, 지역 주민들도 애도와 함께 정의를 요구했다. 곰의 DNA를 분석한 결과, 범인은 열여섯 살의 암컷 곰 JJ4로 밝혀진다. 그는 4년 전에도 등산 중인 부자를 공격한 전력이 있었다. 당시 주지사는 사살 명령을 내렸으나 동물보호단체의 항의와 법원 제소로 중단됐다. 주민들은 “그때 죽였어야 했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지난 25년간 트렌티노에서 벌어진 곰과 인간의 공존 실험을 되짚는다. 짧은 기간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곰들이 도로에 출몰하고 양봉장과 가축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목축업자들이 큰 손해를 보았고, 주민들은 곰 서식지를 관리하는 경비대에 분노를 터뜨렸다. 2014년에는 처음으로 곰이 인간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니자’라는 곰이 버섯을 채취하던 38세 남성을 다치게 한 것이다. 하지만 포획하는 과정에서 마취제가 과다 투입되며 다니자가 어이없이 죽어버린다. 다시 동물단체와 주민들의 극한 대립. “곰에게 왜 가까이 갔냐”는 주장과 “산에 간 내가 잘못이냐”는 반박이 부딪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다 이번에는 사람이 죽은 것이다.
곰은 잡식성이지만 방어 본능이 작동하지 않는 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곰도 인간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음식물 쓰레기통은 영리한 곰이 가장 효율적으로 음식을 얻는 곳이 된다. 호텔 직원들은 곰을 먹이로 유인해 사진을 찍고, 그것을 호텔 로비에 걸기도 했다. 관광업계는 곰 출몰을 알리는 경고판을 반기지 않았다. 그렇게 곰은 인간에게 더 위험하게, 더 가까이 다가오게 됐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환경단체가 제안한 곰 접근 방지 쓰레기통(bear-proof bins) 설치나 교육보다, 사람들의 공포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트렌티노 현 주지사는 “곰을 죽이자”는 캐치프레이즈와 “곰을 그렇게 사랑한다면 너희 집에 데려가 키우라”는 식의 선동, 그리고 ‘곰 사살 법안’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초창기 존재했던 워크숍과 간담회, 설명회 같은 숙의민주주의의 흔적은 사라졌다.
JJ4는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새끼와 분리해 생크추어리로 강제 이주시키는 일은 그의 “영혼을 부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역사회는 여전히 분노와 공포, 극한의 대립으로 얼룩져 있다. 우리는 함께 치유될 수 있을까? 도나 해러웨이에 따르면, 공존은 낭만이 아니라 트러블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관계를 위한 훈련, 책임, 감응의 실패와 반복 속에서만 가능하다. 주디스 버틀러에 따르면 취약성과 상처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정치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품는다. 부디 우리가 그 어렵고 불편한 공존의 길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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