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학과 ‘유난스러운 게 아니에요’, 한결 똑똑해진 바캉스 인기 ‘육아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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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 탈것에 오른 꼬마 손님들이 줄지어 입장하는 곳, 성수기의 비행기 탑승구다. 바퀴 달린 캐리어는 장거리 여행에서 유용한 아이템이다. 금세 지치거나 갑자기 뛰어가는 아이를 잠시 앉혀둘 수 있어 이동 중에도 실용적으로 활용된다. 타고 놀 수 있으니 지루한 대기 시간도 문제없다. 육아용품 브랜드 스토케의 ‘젯키즈 베드박스’는 아이의 짐을 담는 캐리어이자, 타고 노는 승용 완구, 좌석 확장 용도 등 3가지 기능을 갖췄다. 최대 22ℓ까지 수납할 수 있으며 아이가 올라타서 이동해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내장된 슬리핑 키트를 활용하면 항공기, 기차 등의 좌석과 매트리스를 연결해 침대 같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같은 젯키즈 시리즈의 클라우드 슬리퍼는 휴가지 어디에서든 아이 전용 수면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여행용 에어매트다. 작고 가벼워 휴대와 보관이 쉽고 메시 소재로 되어 있어 수면 시 쾌적하다.
배우 김남주씨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예전에는 아이들 어릴 때 여행 가는데 아이 욕조도 들고 갔다. 너무 오버스러웠다”고 말했는데,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유난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행가방에 넣을 수 있을 만큼 휴대성이 뛰어난 제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행지나 야외에서 안전하게 아이만의 목욕 공간이 될 뿐만 아니라 욕조 안에 장난감을 넣으면 간이 풀장이나 볼풀 놀이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쓰임이 쏠쏠하다. 스토케에 따르면 접이식 아기욕조 ‘플렉시바스’는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4~5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유아차도 여름 시즌엔 달라야 한다. 아이가 착용하는 안전벨트(하니스), 양육자용 어깨끈 등이 통기성 좋은 메시 소재로 된 제품이 요긴하다. 강렬한 직사광선이 내리꽂히는 낮 시간대에는 유아차의 캐노피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때 추가할 수 있는 전용 파라솔도 휴가 필수템으로 통한다. 6.2㎏의 초경량 초소형으로 기내 반입이 가능한 스토케의 유아차 요요는 UPF 50+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전용 파라솔 액세서리, 모기장 등을 장착할 수 있어 여름 나들이에 제격이다.
휴가철을 맞아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관련 용품 거래율이 증가하고 있다. 네임택, 목베개, 여권케이스, 여행파우치 등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대비 200% 이상 늘었다. 구명조끼보다 컴팩트하며 안전한 물놀이를 위해 사용이 용이한 ‘넥튜브’는 전년동기대비 거래액이 무려 3742% 늘었다. 물 위에 띄어 놓고 눕거나 앉을 수 있는 대형 튜브인 워터해먹도 신종 인기 용품이다.
아동 패션 아이템도 디자인과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이 인기다. 글로벌 멀티 스포츠 편집숍 보드라이더스는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다양한 바캉스 용품을 선보였다.
퀵실버의 반소매 레이어드 래시가드는 긴팔을 겹쳐 입은 듯 멋스러운 디자인에 자외선 차단 지수 UPF 50+를 갖췄다. 아빠와 아들이 세트 착용이 가능해 특별한 휴가 기분을 내기에도 좋다. 움직임이 많은 아이에게는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수영복 모자 형태에 목 뒷부분을 보호하는 긴 패널이 달린 래시 워터캡이 유용하다.
보드쇼츠에 일체형 레깅스를 넣어 활동하기 편한 록시의 레이어드 보드쇼츠도 안전한 물놀이를 돕는다. 발목까지 감싸는 디자인으로 안정감을 주고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갖춘 퀵실버의 워터슈즈, 이마 안쪽에 쿨맥스 테이프가 적용돼 땀 흡수와 통기성이 우수한 빌라봉의 아웃도어용 버킷햇도 휴가철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직포 소재로 제작돼 휴대가 간편하고 보랭 안감과 지퍼로 음식물 보관에 효과적인 빌라봉의 쿨러백도 피크닉이나 서핑, 캠핑 등 다양한 야외놀이에 유용한 용품이다.
여 지도부 무리한 방어 역효과여성단체 등 비판성명 이어져당내 ‘결단 촉구’ 발언 영향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사퇴한 것은 악화한 여론이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여론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 후보자 사퇴 쪽으로 기울자 후보자 본인뿐 아니라 대통령실 역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이재명 대통령이 재송부를 요청한 강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송부 기한이 도래하기 하루 전인 이날까지 지속됐다.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 진보 3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의 실용 인사는 갑질 인사를 밀어붙이는 것이냐”며 “개혁의 걸림돌이 될지 모를 인사 강행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진보당도 이날 논평에서 “어처구니없는 인사를 강행하려는 시도가 더 큰 참사를 불러오고 있다”며 “지금은 보고서 재(송부)요청을 할 때가 아니라 지명 철회든 자진 사퇴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가 여가부 장관으로 부적합하다는 응답이 60%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날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9~21일간 성인 2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2%의 응답자가 ‘부적합’, 32.2%는 ‘적합’하다고 답했다.
갑질 의혹뿐 아니라 정책 역량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92개 여성단체는 지난 21일 강 후보자가 차별금지법 등 현안에 모호한 입장을 보인 것을 비판하며 지명철회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 보좌진 내 부정적인 여론 역시 가라앉지 않았다. 국회 보좌진의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 의지를 밝히자 추가 갑질 의혹을 제기하겠다는 글과 함께 당에 대한 서운함을 담은 호소문이 잇달아 올라왔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 지도부의 무리한 방어도 여론 악화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 인선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일반 직장과 의원과 보좌진 간 관계에서 갑질은 성격이 다르다”(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발언 등이 알려지며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여론이 악화하자 강 후보자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해 온 여당 내부와 지지층인 당원들 사이에서조차 본인의 결단을 촉구하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한 점도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의 사퇴 표명 직전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강 후보자 스스로 결단해 달라”고 밝혔다.
10월 경주 APEC 초청설에“헛된 망상을 키우고 있다”‘무관심·무시 → 관심·인정’낮은 수준 인식 전환 가능성
북한이 28일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를 향해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이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남한의 정책에 반응했다는 점이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조한(남북)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북한이 이재명 정부 출범 54일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입장이다. 대남 정책의 기조가 정리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2023년 12월부터 남한을 ‘두 국가’로 규정한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 몇년간의 시간을 통해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한국은 절대로 화합과 협력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대단히 중대한 역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에 구속돼 매우 피곤하고 불편했던 역사와 결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가 “동족 흉내를 피우며 온갖 정의로운 일을 다하는 것처럼 수선을 떨어도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 인식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정부가 취한 긴장 완화 노력도 평가절하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해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 세운 데 불과”하다며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초청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헛된 망상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대북 전단 살포 중지와 북한 개별관광 허용 움직임을 언급하며 “극단적 대결 분위기로 고취해오던 한국이 이제 와서 스스로 자초한 모든 결과를 감상적인 말 몇 마디로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하였다면 그 이상 엄청난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한·미 연합훈련도 비난했다. 그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화약 연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며 “저들이 산생시킨 조선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통일부를 ‘흡수통일’을 꾀하는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체되어야 할 통일부의 정상화를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것을 보아도 확실히 흡수통일이라는 망령에 정신적으로 포로된 한국 정객”이라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겨냥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정부의 대화 재개 노력이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보는 북한 기조와 충돌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화를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전략적 기조로 삼는 북한 입장에서 남한의 ‘통일 지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남한의 대북정책에 공식 대응했다는 점 자체가 과거보다 진일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개별 관광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개별 관광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이에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무관심·무시’에서 ‘관심·인정’으로 낮은 수준의 인식 전환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내놨던 ‘괴뢰’ ‘파멸’ 등의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북한이 기존 대남 정책의 재확인을 통해 남측의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및 유예 등의 조정을 대화 및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내건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수위가 향후 남북관계에 주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한 지 2년을 갓 넘은 지난 1월. 원소윤(30)은 코미디 유튜브 메타코미디클럽의 한 영상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의 첫 마디는 이러했다. “제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을 했는데···.” 덤덤한 표정과 사실만을 말한다는 태도로 그는 말을 잇는다. “찾는 사람은 되게 많아요. 자소서 좀 봐달라, 동생 과외 좀 해달라. 그런데 보면 저랑 ‘인생네컷 찍자’는 XX가 한 명도 없어요.”
‘고학력 농담’이라는 머리글이 붙은 이 유튜브 쇼츠는 691만 조회수(28일 기준)를 기록했다. ‘친구가 없다’는 둥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간다더라’는 둥 고해성사는 분명 진지한데도 웃기다.
하지만 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자신을 소재로 삼은 농담을 다 마친 뒤 여유롭게 씩 웃어 보이는 원소윤의 태도다. ‘찐따 서울대생’이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만들고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그래, 너희가 웃었다면 됐다’는 듯 후련한 얼굴을 하는 그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그런 원소윤이 이번엔 장편 소설 작가로 대중 앞에 섰다. 지난 18일 출간된 책 <꽤 낙천적인 아이>(민음사)는 그가 6년여에 걸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28일 만난 원소윤은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흥미로운 이야기란 생각에 시작한 책”이라며 “서늘한 유머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은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3대째 가톨릭인 가족 이야기를 담는다. ‘나’에게는 세 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첫째 오빠가 있다. 매년 기일이 다가오면 넋을 놓는 듯한 엄마를 10살의 ‘나’는 걱정한다. 지진을 느낀 어느 날, 대학생이 된 ‘나’는 타워크레인 위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위험할까 봐 걱정한다. 도피처가 되어주던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땐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가족을 잃어본 적 있는 이들은 또 다른 상실을 걱정하고 피하지 못한 이별 앞에 울다가, 웃을 계기를 놓치지 않으며 또 살아간다.
실제와 무관하다고 변명하기 바쁜 드라마·영화 시작 전 경고 표지와 달리 책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명, 지명, 사건 등은 어느 정도 실제와 관련이 있다”고 선언하고 시작한다. ‘나’의 이름도 원소윤이다. 원소윤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생각하게 하는 구성을 자신의 “악취미”라고 표현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면 오히려 실화겠다 싶지 않나요? (이번 소설은) 상상 이상으로 픽션(지어낸 이야기)이에요. 선을 긋고 싶었다면, 다른 이름을 썼어도 됐겠지만 전 ‘원소윤’이라는 이름을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자연인 원소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재미있으시다면, 그렇게 읽어 달라”며 예의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자신을 소재로 삼는 것에 부담은 없냐’는 질문에 원소윤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소재였다면 노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몇 가지 단어로 사람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어떨까. 챕터 사이사이에 실린 ‘오픈마이크 대본’ 속 사회자는 원소윤을 “서울대 출신”이라거나, “채식주의자”라거나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다. 원소윤은 “제가 제 입으로 얘기하기보다 그렇게 호명되는 일이 많다”며 “그렇다면 그 소재에 걸맞는 농담을 내가 들고 있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책의 제목처럼 원소윤은 ‘꽤 낙천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민음사의 박혜진 편집자가 제안한 책 제목에서 원소윤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꽤’라는 부사가 주는 냉소적인 느낌이다. 그는 “‘나’가 밝고 희망차고 기운 넘치는 아이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그만의 낙천성을 ‘꽤’라는 단어가 잘 눌러 표현해 준다”고 했다. 평소 존경하던 정희진 여성학자에게 책의 추천사를 받은 것은 그가 이번 책으로 얻은 또 다른 기쁨이다.
원소윤은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빌 브라이슨, 움베르토 에코, 에마뉘엘 카레르, 박민규 작가 등의 책을 아낀다.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인 22살쯤부터였다.
“놀이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사람도 돈도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전시 해설이나 시립 상담 단체에서의 활동가 일을 한 적도 있지만, 오래 다니지는 않았다. 글방에 나가 글을 쓰고 합평하는 일은 원소윤이 꾸준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책과 글에 대한 애정을 살려 1년 반쯤 한 출판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코미디의 길에는 양다솔 작가가 연 ‘스탠드업 코미디 워크숍’을 신청하며 우연히 들어섰다. “이런 워크숍이 또 열리긴 어렵지 않겠나”는 생각에 신청해 본 강의였다. 2022년 말 수강생들끼리 진행한 첫 ‘오픈마이크’에 원소윤은 예수님과 부처님을 ‘성애적 관점’에서 비교하는 농담을 준비해 갔다. 반응은 뜨거웠다. “도파민이 있더라고요. 죽음과 종교와 같은 금기를 건드리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제 정서에도 맞는다 싶었어요.”
원소윤은 “저는 지루한 것, 하기 싫은 일을 못 하는 편”이라며 “글 쓰는 일과 코미디는 앞으로도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 원소윤은 “신간이 기대되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앞으로 쓰고 싶은 것’을 묻자 아이디어는 끝없이 나왔다. “<옐로 페이스>(R. F. 쿠앙)처럼 술술 읽히는 소설이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로맨틱 트래지디(비극)도 해보고 싶고, 지역 공연 순회기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는 친구와 함께 스탠드업 여성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도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는 일단 다음 달 30일·31일 서울코미디클럽에서 여는 첫 단독 공연 ‘원 펀치(ONE PUNCH)’를 잘 마치는 것이 목표다. 양일간 80석이 이미 전석 매진됐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볼 때 <호밀밭의 파수꾼> 등 책 속 ‘툴툴대고 시니컬한’ 화자가 툭 튀어나와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을 받곤 한다고 했다. 관객들에게도 그런 재미를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가 또 무대에선 굉장히 위악적인 페르소나로 다크한 농담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블랙 코미디로 ‘공연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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